야간타율학습 시간에 언어영역 종합편 교재를 뒤적거리다가 비문학 과학/기술 부분에 실린 한 지문을 읽게 되었다. 제목은 '기존 틀을 깨야 진보 가능하다'였다.
이 지문 내용의 일부를 여기에 적어보겠다.
그러나 정작 아인슈타인은 이에 대해 조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그는 이론 물리학의 내용이 옳다는 것을 완벽하게 증명하는 실험이란 존재하지 않는다고 생각했다. 설사 실험과 관측의 결과가 이론과 일치하더라도 이는 그 이론이 '아마도 옳을지도 모른다'를 의미할 뿐이며, 일치하지 않는다면 당연히 '옳은 것이 아니다'를 의미한다고 생각했다. 그는 또한 모든 이론은 결국 '아니다'라는 판정을 받게 된다고 생각했다. 이렇게 완벽하게 손을 들어 주는 일이 없는 자연이나 실험을 그는 '냉엄하고 불친절한 심판자'라고 표현했다.
이러한 아인슈타인의 생각은 철학자 칼 포퍼에게 강한 인상을 남겼다. 그는 과학과 사이비 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으로 반증 가능성을 들었다. 그가 말한 '반증 가능성'이란 실험이나 관측에 의해 이론이 거부될 수 있는 가능성을 말한다. 그에 의하면 점성술에서의 예언은 엄밀한 의미에서 반증될 수 없는 것들이지만, 이와 달리 좋은 과학 이론에서의 예측은 반증 가능성이 큰 대담한 것이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 부분을 읽고, 내가 고등학교 1학년 때 읽었던 책 '수학없는 물리'에서도 비슷한 구절이 나왔었다는 사실을 기억해 낼 수 있었다.
자연과학자들이 선천적으로 과학자가 아닌 사람들보다 더 정직하거나 도덕적인 것은 아니다. 그러나 과학에 있어서 정직은 대단히 중요하다. 왜냐하면 자연과학의 기본 규칙을 이루는 모든 가설들이 검증되어야 하기 때문이다. 즉 모든 가설들은 적어도 원리적으로 잘못을 증명할 수 있어야 한다. 자연과학에 있어서 가설이 옳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보다 틀렸다는 것을 증명하는 방법이 있다는 것이 더 중요하다. 이것은 자연과학이 비과학과 구별되는 중요한 요인이다. 첫째로, 이상하게 보일지 모르지만, 어떤 것들이 이상하게 생각될 때에 사실인지 아닌지를 찾는 방법들을 생각하게 된다. 자연과학적인 가설들은 서로 다르다. 만약 가설이 과학적인지 아닌지를 알고 싶다면 그 가설이 틀렸다는 것을 입증할 검증방법이 있는 지를 찾아보아라. 가설이 틀릴 가능성을 증명할 검증방법이 없다면 그 가설은 과학적이 아니다.
출처 - 수학없는 물리 7th Edition 25쪽(홍릉과학출판사)
저자 - Paul G. Hewitt
(밑줄은 내가 책을 읽으면서 그은 것이다.)
당시 나는 이 구절을 읽으면서 굉장히 감동(?)했었다. 그 이유는 다음과 같다.
내가 다니는 고등학교는 개신교 계열 사립 학교인데, 이 학교에서는 1학년 학생들에게 1주일에 한 번씩 소위 말하는 '창조론'이란 것을 가르쳤다. 그러니까 기독교에서 말하는 신인 '야훼'(개신교 신자들은 이 존재를 '하나님'이라고 부른다. 하지만 내 글에서는 '야훼'라고 부르기로 하겠다.)가 이 세상의 모든 것(특히 인간을 비롯한 여러 생명체)을 창조했다는 것이다. 나는 이 '창조론'이란 것을 굉장히 싫어한다. 왜냐하면 종교와 과학이라는 서로 전혀 다른 것을 억지로 합치려고 했기 때문에 완전히 엉터리가 되어버린 '가짜 과학'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나는 '창조론' 자체가 뭔가 잘못된 것이라는 것을 알면서도 그것을 논리적으로 비판할 수 없었다. 그 이유는 내 논리력이 부족했기 때문이다. (지금도 굉장히 부족한 편이다.) 그러던 도중에 '수학없는 물리'를 읽게 되었다. 그리고 뭔가 뻥~ 하고 뚫리는 듯한 감정을 느낄 수 있었다. 바로 '창조론'이 과학적이지 않은 것이라는 것을 논리적으로 설명할 수 있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창조론'은 '야훼'라는 신(神)이 이 세상을 창조했다고 하는데, 신(神)이라는 존재는 과학으로 검증할 수 있는 존재가 아니다. 따라서 '야훼'가 이 세상을 창조했다는 것이 틀렸다는 것을 증명할 방법이 없다. 그러므로 '창조론'은 과학적인 가설이 아니다.
수험 교재에 나온 지문 덕택에 잊고 있었던 '진짜 과학과 가짜 과학을 구분하는 기준'을 다시 떠올릴 수 있게 되었다. 이거 교재에 고마워해야 하는 것 아닌가…
덧 : 저런 것을 처음으로 이야기한 사람이 철학자 '칼 포퍼'라는 사실을 이 지문을 통해 처음 알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