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간단한 계좌이체를 할 일이 있다. 원래는 집에 있을 때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하려 했으나, 인터넷 뱅킹에 필요한 공인인증서가 없어서 잠시 미루고 있었던 것이다. 사실 ATM을 통해서 처리해도 되는 일이지만, 기숙사로 돌아오는 길에 ATM에 들르는 것을 깜빡 잊고 말았다. 옷을 다 벗고 씻은 뒤였기 때문에 귀차니즘이 발동해서(-.-;;) 그냥 데스크톱을 통해서 인터넷 뱅킹으로 처리하기로 했다.
나는 은행 홈페이지에 접속하는 것을 좋아하지 않는다. 은행 홈페이지는 온갖 ActiveX로 덕지덕지 떡칠이 되어 있어서, 잠깐 로또 번호만 보려고 해도 ActiveX를 깔라고 요구하는 답답한 곳이기 때문이다. 그래도 어쩌겠는가. ATM까지 가는 것보다는 몇 번의 마우스 클릭이 더 간편한걸. 그런 생각으로 ActiveX를 설치했다.
그런데 로그인 화면에서 공인인증서가 보이질 않는다. 가만히 생각해보니 지난번 포맷 때 공인인증서를 백업한 기억이 없다. 공인인증서가 날아갔으면 재발급받아야 한다. 그래서 재발급을 시도했다. 공인인증서가 데스크톱에 있는 줄 알고 일부러 기다렸는데, 결과는 허무하고 좀 더 귀찮아졌을 뿐이었다.
재발급을 받으려고 하는데, 이상하게 자꾸 무한루프가 돈다. 인터넷뱅킹 ID와 비밀번호, 주민등록번호를 입력했는데 다음 단계로 넘어가지 않고 다시 초기 화면으로 돌아간다. 혹시나 해서 인터넷 익스플로러를 닫았다가 다시 열어봤더니 ActiveX를 다시 깔라고 한다. 슬슬 열받기 시작한다. IT 분야나 인터넷 뱅킹에 관심이 많다면 모두들 다 아는 사실이지만, 잉카인터넷의 nProtection 악성코드보안솔루션은 욕 무지하게 들어먹어도 싼 프로그램이다. 이 보안프로그램인지 악성코드인지 분간이 안 가는 녀석을 다시 깔려고 하니까 절로 한숨이 나왔다.
그런데 이 녀석을 다시 깔고 시도해봐도 계속 무한루프였다. 혹시나 해서, 공인인증서 재발급 부분이 아니라 공인인증서 없이 로그인만 하는 부분에다가 로그인을 시도해봤다. 그랬더니 비밀번호 3회 이상 연속 오류로 로그인이 차단되었단다. 비밀번호를 잘못 입력했으면 그걸 사용자에게 알려줘야 하는데, 은행 홈페이지란 녀석이 그걸 알려주지 않고 계속 사용자에게 삽질만 시킨 것이다. 로그인 차단은 은행에 직접 가서 풀어야 한단다. 지금 시간은 대략 오후 5시가 다 되어가는 상태. 은행 서비스가 끝나는 시간은 오후 4시 30분. 이쯤 되면 입에서 이런 막말이 절로 튀어나온다.
농담이 아니라, 그 순간 떠올랐던 말 그대로다.
…별 수 없을 것 같다. 일단 계좌이체는 나중에 ATM에 가서 처리하고, 잠긴 인터넷뱅킹 계정은 내일 은행에 가서 풀어야겠다.